<우주 엘리베이터>
우주선을 타고 우주 공간을 나가야 우주 결혼은 물론 우주 관광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자들은 우주선이 아니라 우주 엘리베이터에서도 우주 결혼식은 물론 우주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마디로 지구에서 우주 공간으로 우주엘리베이터를 올린다는 것인데 학자들은 다소 황당한 이 계획이 매우 실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로켓을 타고 가는 것인데 로켓이 지구 궤도를 벗어나려면 엄청난 힘이 있어야 한다. 잘 알려진 지구 탈출 속도 즉 초당 11.2km의 속도다. 이를 제2 우주속도라고 하는데 자주 보이는 장면이지만 때때로 폭발하여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한다. 이런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우주 엘리베이터로 지상에서 이용하는 엘리베이터처럼 지구에서 우주의 특정 지점까지 케이블을 연결하고, 여기에 승객, 화물을 실어나를 컨테이너를 설치해 우주를 왕복한다는 개념이다. 한마디로 우주 엘리베이터는 지상 기지, 우주 기지, 기지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 줄, 사람 및 짐을 실어 나를 장치로 구성된다.
우주엘리베이터의 아이디어는 매우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잠재했다. 성서 속의 바벨탑이나 어린이 동화 『잭과 콩나무』의 콩줄기는 엄밀한 의미에서 우주엘리베이터나 다름없다. 그러나 우주엘리베이터가 우리 생활에 들어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도 넘는 1895년, 로켓의 아버지로 알려지는 러시아의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가 프랑스 파리에서 에펠탑을 보고 크게 감동해 ‘우주 엘리베이터’를 고안한 것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사를 보면 특별히 주목해야할 사람이 등장하는데 학자들은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야 말로 우주의 아버지로 인식한다. 그는 우선 로켓이 지구를 벗어나 우주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한 1903년에 「반작용 장치를 이용한 우주여행」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이 논문에는 현대 우주 로켓 공학이 다루고 있는 인공위성의 비행 원리, 우주정거장, 액체로켓엔진, 다단로켓의 원리, 우주엘리베이터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어 있었다.
이 논문이 세상에 나오기 까지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치올코프스키가 1898년 이 논문을 완성하고 <과학평론>이라는 러시아 과학잡지에 보냈다. 무명의 시골학교 교사가 보낸 논문을 본 잡지 편집장은 허무맹랑하다고 여겼다. 심지어 편집장은 치올코프스키가 자신을 골탕 먹이려 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논문을 읽어 본 편집장은 잘못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여러 사람들에게 오류를 찾게 했지만 문제를 지적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결국 편집장은 5년이 지난 1903년 논문의 가치를 인정하고 잡지에 게재했다. 현대 로켓과 우주여행에 대한 이론의 바탕이 되는 논문이 하마터면 사라질 뻔한 것이다.
치올코프스키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로켓의 추진원리를 수학적으로 설명해 현대 로켓에 적용되는 ‘치올코프스키의 로켓 방정식’을 제시한 것이다. 그의 로켓 방정식은 로켓 엔진이 연소 가스를 내뿜는 속도와 로켓 자체의 속도 변화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해서 현대 로켓을 설계하는 데 기초가 되고 있다. 후세의 과학자들이 로켓을 만들어 우주로 갈 수 있게 기반을 닦아 준 셈이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다 업그레이드시켜 그야말로 우주로 뻗은 기상천외한 성을 제안했다. ‘천상의 성’이라 불린 이 성은 파리의 에펠탑과 같이 지상에 있는 탑에 기초를 두고 항상 지구자전과 같은 속도로 도는 궤도에 위치한다고 그는 상상했다. 그러나 당대는 비행기조차 발명되지 않은 상태(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기는 1903년에 등장)로 우주 여행 자체를 허무맹랑한 공상으로 보았던 시대이므로 그가 구상한 우주 엘리베이터는 한마디로 몽상가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약 한 세기 만에 우주 엘리베이터는 과학의 품으로 돌아 와 치올코프스키의 예언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정지궤도 위성에서 케이블을 늘어뜨린다는 우주엘리베이터 구상은 1960년 러시아 과학자 유리 아르츠타노프가 처음 내놓았다. 통신위성을 제안한 장본인이자 최고의 SF작가로 불리는 아서 클라크는 아예 『퍼스트 본(Firstborn)』에서 우주엘리베이터를 타는 장면도 등장시킨다.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은 그녀는 순식간에 100㎞ 상공으로 솟아올랐다. 까만 하늘을 수놓은 별은 숨막히도록 아름다웠고, 지구에 숨은 태양은 지표를 따라 금빛 빛줄기를 흘렸다. 별다른 진동은 느낄 수 없었지만 그녀의 몸은 마치 줄을 타고 올라가는 거미처럼 유연하게 비상하고 있었다.’
클라크의 소설 속에서는 고도 25,000km 지점에 중간정거장이 설치된다. 중간정거장은 승객들의 휴식공간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동력을 공급해주는 발전소 역할을 한다. 중간정거장을 중간지점(18,000km)보다 위에 설치하는 이유는, 이곳에 설치해야 위쪽 케이블이 절단되더라도 정거장이 지구로 추락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알려진다.
<다목적 효과의 우주엘리베이터>
우주엘리베이터의 개념은 간단하다. 우주엘리베이터는 수직으로 뻗은 선로다. 한쪽 끝은 지구의 표면에, 다른 한쪽 끝은 우주공간에 걸어두는 아주 기다란 케이블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지구 표면에서는 적도 근처 대양 한복판에 승강장을 설치하고 고도 36,000km가 넘는 우주 공간에 인공위성 즉 우주정거장이나 소행성을 갖다놓고 두 곳을 케이블을 묶는 것이다.
우주 공간이라면 지상에서 100킬로미터를 의미하고 러시아의 국제우주정거장(ISS)는 400킬로미터에 지나지 않음에도 우주엘리베이터를 고도 36,000㎞ 높이의 정지궤도에 설치하는 것은 이 높이에서 지구가 지상으로 끌어들이는 중력과 위성이 바깥으로 달아나려는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기 쉽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곳에 위성을 띄워 지구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게 하고 케이블을 연결하면 우주엘리베이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우주엘리베이터가 지구를 돌면서 생기는 원심력이 구심력인 중력과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안정된 케이블은 우주공간에 수직으로 꼿꼿이 매달려 있게 된다.
그런데 우주엘리베이터 건설은 아래로부터 쌓아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위성에서 케이블을 아래로 늘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래서부터 쌓아올리면 지구 중력을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위에서 케이블을 내려뜨릴 때도 지구 반대방향으로 추가 달린 케이블을 같이 늘어뜨려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도록 해줘야 한다. 이때 지구의 승강장으로 약 50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탑이 필요하며 이곳까지는 일반 항공기가 이용된다.
문제는 우주엘리베이터를 만들 수 있는 재료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강철로 만든 케이블과 탑인데 강철로는 5km의 높이에도 이르지 못하고 자체 무게 때문에 붕괴되고 만다. 알루미늄의 경우에는 15km, 탄소와 에폭시 복합재료는 115km 높이에도 못 미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주엘리베이터의 케이블은 지구 표면에서부터 정지궤도에 이르기까지 점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굵기가 달라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지궤도에서 가장 굵고 지구 표면에 다가갈수록 점점 가늘어져야 하는 것이다. 지상에서 1센티미터로 출발하면 우주정거장에서는 100미터가 되어야 한다.
학자들은 탄소나노튜브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탄소나노튜브는 잡아당기는 힘에 대한 강도(인장강도)에서는 강철의 1/5 질량으로 강철보다 100배나 강하다. 우주엘리베이터에는 당연히 케이블을 오르내리는 차량이 연결된다. 엘리베이터 차량은 지구와 우주공간 사이에서 사람과 화물도 실어 나른다. 차량의 구체적인 후보로는 시속 수천km에 달하는 속도로 여행할 수 있는 자기부상열차가 연구되고 있다. 자기부상열차는 고속을 유지할 수 있고 기계적으로 소모되지도 않는다.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체의 성질 덕분에 에너지 손실은 거의 없다.
우주엘리베이터는 여러 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주 발사대다. 지구에서 매번 로켓을 발사하는 것보다 고도 36,000km의 우주정거장에서 달이나 화성기지로 우주선을 발사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하다. 우주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지상에서 고도 36,000km의 우주정거장까지 화물을 옮기는데 드는 에너지는 현재의 우주왕복선이나 로켓보다 훨씬 적게 든다. 1회 수송 한도도 로켓은 20t이지만 우주 엘리베이터는 1,000t까지 가능하다. 로켓이 발사될 때처럼 무시무시한 진동도, 폭발 위험도 없다. 학자들은 우주엘리베이터가 실현되면 시속 200km의 속도로 8일 후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학자들은 우주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2t의 화물을 정지궤도로 나르는데 겨우 17,700달러가 든다고 계산했다. 현재 우주왕복선으로 1kg 당 22,000달러가 드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싼 값이다. 또한 우주에서 새로운 재료를 만드는 공장이나 달로 떠나는 신혼여행, 휴가여행 등 짧은 비행에도 적합하다. 이 밖에 핵 폐기물 같은 위험 물질을 지구 밖으로 배출하거나 케이블카처럼 관광용으로 쓸 수도 있다.
우주엘리베이터 건설의 복병은 지구를 둘러싼 밴앨런복사대다.
밴앨런복사대는 남극과 북극을 연결하는 가상의 축을 중심으로 지구를 둘러싼 고에너지 입자들이 모인 층이다. 지상 1,000〜20.000km에 위치하며 전리층에 분포한 자기장과 함께 지구로 날라 오는 태양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 인간을 포함한 생물체에 유해한 방사선이 가득한 위험 지대로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알려진 우주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시속 약 200km인데 이 속도로는 밴앨런대에서만 3~4일을 보내게 된다. 이런 경우 승객은 우주인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양의 약 200배나 많은 방사선에 노출된다. 물론 이에 대한 대안은 엘리베이터 자체를 애초 계획보다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으로 학자들은 밴앨런대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추정한다.
학자들은 적어도 50년 안에 우주 엘리베이터가 완성될 것으로 본다. 물론 ‘탄소 나노튜브가 지금보다 4배 강해질 수 있다면’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제프 호프만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만약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쯤’의 문제이다. 그 시간을 당기는 것은 인간의 의지에 달렸다.‘
<스페이스라인으로 해결>
우주 엘리베이터의 아이디어가 매력적이므로 학자들이 이에 도전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018년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향해 화물우주선 ‘고노토리 7호기’를 발사했다. 이 우주선엔 우주정거장 비행사들에게 보낼 보급품과 함께, 우주엘리베이터 예비실험에 쓸 10cm 크기의 초소형 위성(큐브샛) ‘스타스-미(stars-me)’ 2기가 탑재돼 있다.
목표는 간단하다. 이 위성을 우주 공간으로 내보내 두 위성을 연결하는 길이 10m의 강철 케이블 위에서 미니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킨다는 것이다. 케이블 위에서 두 위성 사이를 왕복할 미니 엘리베이터의 크기는 가로 세로 각 3㎝, 높이 6㎝이다.
물론 이들 연구야말로 그야말로 아주 작은 첫 걸음에 불과하다. 우주엘리베이터가 현실화하려면 숱한 난관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우주엘리베이터 건설에 물꼬를 텄다는데 중요성이 있다.
일본의 건설업체 오바야시구미는 2050년까지 우주 엘리베이터를 공급할 수 있다고 2014년에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우주엘리베이터는 타원형 객실 6대로 구성돼 있다. 각 객실은 3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우주엘리베이터에 사용되는 케이블 총 길이는 반대편 평형 추까지 포함해 96,000km. 잠정적으로 추정한 총 건설비용은 90억달러(10조원)에 달하지만 현재 지구 차원에서 볼 때 무리한 액수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우주엘리베이터가 결코 공상이 아니라는 논문도 발표되었다.
캠브리지대 제피르 페노이어(Zephyr Penoyre)와 컬럼비아대 에밀리 샌포드(Emily Sandford) 박사는 이론적으로 현재의 기술과 재료로 우주 엘리베이터와 유사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발표한 구상은 기존의 우주엘리베이터와 다소 다르다. 그동안 알려진 지구에서 우주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달 표면에서 지구 정지위성 궤도(geostationary orbit)까지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다. 이들 명칭도 '스페이스라인(spaceline)'이다.
제피르 페노이어 박사는 스페이스라인을 양 끝을 달 표면과 지구 표면에서 42,164km 떨어진 정지 궤도에 각각 고정하는 방식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우주로 운반 할 수 있다. 스페이스라인(본체)을 지구가 아닌 달에 설치하는 이유는 지구 중력 및 회전 속도를 견디기 어렵기 때문으로 스페이스라인을 활용할 경우 물자 수송에 필요한 연료가 기존 3분의 1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페노이어 박사는 지구에 설치할 경우 하루에 한번 자전하는 지구 원심력으로 건축물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달은 항상 지구의 같은 면을 향해 있고 약 한 달에 한번 지구 궤도를 돈다.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적은 달에 엘리베이터를 고정시키면 원심력 영향을 억제할 수 있어 달에 건설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현존 기술과 재료로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페이스라인은 자일론(Zylon)을 비롯한 초강력 재료를 이용해 건설할 수 있으며 또한 지구와 달 사이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점(Lagrangian point)에 균형추(counter weight)를 겸한 베이스캠프를 건설해 긴 케이블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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