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미사일 지침(RMG)>
세계가 우주 전쟁에 돌입한 상태에서 한국은 뭐하느냐는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 전쟁 때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중에 하나였는데 2021년 7월 공식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된 것을 볼 때 더욱 아쉽다는 뜻이다. 이는 각국에서 우주계획 분야에 상당히 오래전부터 투신했음에도 한국은 이 분야에서의 진전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부 사람들은 한마디로 한국의 선진과학에 대한 국가전략이 부족한 소치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 한 한국에 대해 비난만 할 것은 아니다. 이는 오랫동안 한국이 갖고 있는 족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1979년 한국의 자주 국방을 모토로 한 박정희 대통령은 1978년 한국 백곰 미사일 개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미국은 미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 미사일을 개발했다며 탄도미사일의 개발 취소를 요구했다. 미국의 거센 요구에 한국은 결국 1979년 9월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한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했다. 한마디로 한미미사일지침(RMG)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한국에서 개발하는 미사일 사거리는 180km, 탄두중량은 500kg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미사일 사거리 180km는 평양까지의 사정권을 뜻한다. 한마디로 한국은 이보다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부각되면서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1월 최대 사거리 300㎞, 탄두 중량 500㎏인 탄도미사일을 개발·보유할 수 있도록 지침이 1차 개정됐다. 순항미사일의 경우 사거리 제한 없이 개발이 허용돼 사거리 1,000㎞ 이상인 현무3가 개발, 배치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10월에는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800㎞로 늘리는 2차 개정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남해안 지역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두 차례의 개정이 이뤄졌다. 2017년 11월 탄도미사일 최대 사거리를 800㎞로 제한하되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폐지하는 내용의 3차 개정이 이뤄졌다.
3차 개정에 따라 한국에서 세계 최대급 탄두 중량을 가진 미사일 ‘현무4’가 개발됐는데 여기에도 약간의 제한이 있다. 사거리 800㎞일 때 2t, 사거리 300㎞일 때 4〜5t 이상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현무4의 위력은 대단하여 단 1발로 북한의 금수산태양궁전이나 류경호텔, 축구장 200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서 2020년에 4차 개정이 이뤄졌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철폐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강력한 고체연료 로켓 개발로 독자 정찰위성 및 GPS 위성 등을 띄우고 민간 우주개발을 활성화할 수 있게 됐다는 평을 받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2021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큰 장애요인이었던 미사일 지침이 완전히 해제되었다는 점이다. 이로써 제주도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000㎞ 미사일 제조는 물론 더불어 2,000〜3,0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할 수 있다. 이들 사거리만으로도 중국 내륙의 ICBM 전략목표물을 사정거리에 둘 수 있는 것은 물론 사거리 1만km 이상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도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이 42년 만에 미사일 주권을 확보하여 한국이 그동안 기치를 내걸었던 '자주국방'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주권 국가로서의 미사일 발사 권리를 되찾아 그동안 미사일 개발을 자제해온 한국이 정상적으로 탄도미사일 능력을 향상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한국의 과학 기술 개발 능력을 볼 때 첨단 미사일 개발 역량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한미미사일 지침 때문에 개발을 자제하면서 상당히 기형적인 미사일 능력을 지닐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미사일 지침 해제는 북한에 관한 대응 능력의 향상을 의미한다. 북한은 지금까지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온 반면, 한국은 미사일 사거리 제한 때문에 방어 위주의 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핵무력을 제외하면 실제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치로 키울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사실 북한이 미사일 지침 해제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계속해서 핵미사일 역량을 고도화 시키지 않았다면 미사일 지침을 해제할 명분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사일 지침이 4번이나 개정됐는데 이는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 증대에 비례하여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높아졌기 때문에 해제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우주 개발 족쇄 풀렸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간단하게 말해 한국의 우주개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과 다름없다. 액체연료, 고체연료 개발에 대한 제한 역시 우주로의 로켓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한국에서 이 분야에 소극적이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2021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 의해 미사일 규제가 해제되었다는 것은 그동안 한국이 갖고 있던 로켓 개발에 대한 족쇄가 풀렸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군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한국이 비로소 우주항공 분야 도약의 기회를 얻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주 비행체 발사에는 여러 가지 기술이 접목되어야한다. 우선 우주선을 우주 공간에 올려야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연료다. 그동안 한국은 고체연료 사용에 제한이 있었는데 이러한 제한이 풀림에 따라 미사일과 유사한 형태의 소형 발사체 개발과 중대형 발사체 보조 부스터로의 활용이 가능하다. 더불어 고정된 위치에서만 발사돼야 하는 제약이 해제돼 차량 발사, 해상 발사, 공중 발사 등 발사 방식의 유연성도 확보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 큰 계기를 만들어주었는데 이춘근 박사는 미사일 제한이 사라진 만큼 기술적 진보는 물론 포괄적인 목표를 거시적으로 세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군사정찰 위성을 발사하여 현대전에 필수적인 위성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우주 공간으로부터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핵심기술과 우주작전 수행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우주개발 분야이 매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뜻이다.
<한국의 우주 개발 동참>
한국이 미사일 지침에서 해제되자 세계는 이를 환영했다. 한국이 곧바로 국제 달 탐사 연합체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것도 그 일환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미국 주도의 달 탐사·달 기지 구축, 달 자원 개발 협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을 축으로 영국, 일본, 호주, 이탈리아, 캐나다, 브라질 등 10개국이 참여하였는데 한미미사일지침이 해제되자마자 한국도 참가케 된 것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2024년까지 달로 우주인을 보내고, 2028년까지 유인 우주기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한국이 개발 중인 '달 궤도선(KPLO)'이 2022년 정상 발사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 최초의 우주탐사 프로젝트다.
우주 개발에 대한 한국의 행보는 그야말로 놀랍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년 6월, 한미미사일협정이 해제된 다음달 3차 우주개발 기본계획안을 확정했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공 영역이었던 우주개발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의 경우 선진 우주강국에 대비할 때 40여 년 이나 지체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이를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지상관측 위성, 세계 7번째 규모의 우주발사체 독자 엔진 개발 등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한국의 기술을 우주개발에 접목시킨다면 뉴 스페이스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청사진은 놀랍다. 우선 2024년까지 고체연료 기반의 소형발사체 개발·발사가 추진되는데 이는 그동안 한국군에서 축적된 미사일 기술을 활용하여 민간 우주산업체 주도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4년까지 다양한 민간 기업들이 발사체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민간 발사 기반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많은 기업체들이 우주개발에 투신하고 있지만 관건인 발사장이 없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이 중점적으로 개발하는 분야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이다. 2027년 1호기 발사를 시작으로 총 7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2035년에 KPS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미국의 GPS 위성에서 보내는 신호를 활용했기 때문에 초정밀 위치 계산에 어려움이 있었다. 즉 국내에서 쓰고 있는 GPS 서비스의 정확도는 10m급인데 이들 계획에 따르면 KPS는 최종적으로 센티미터급 서비스 정확도를 갖게 된다. KPS 구축의 중요성은 오차 없는 정보는 물론, 우주기술 분야에서 독립이 가능해진다는 중요성을 갖고 있다.
우주 분야에서 그동안 족쇄인 한미미사일지침으로 인해 접근하기 어려웠던 우주 분야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이 전세계에서 총력전을 펼치는 우주 분야 개발은 물론 달, 화성 탐사에도 직결된다는데 중요성이 있다. 과거 한국이 우주계획에 관한 비전조차 없었다고 지적했지만 앞으로의 행보는 이와 다를 것임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의 우주개발에 고무적인 것은 각국이 주도하는 우주계획에 한국에게도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선진국으로 입성한 한국이 곧바로 우주계획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한국산 우주선으로 우주호텔에서 우주신혼여행 다녀오는 것은 물론 화성의 지구화 즉 화성에서 복덕방을 차리는 등 우주계획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 결코 허언은 아니라는 뜻이다.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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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18년 집념 '우주여행의 꿈' 쏘아올리다」, 이영완, 동아일보,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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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유인우주시장 활짝… ‘우주 택시’ 타고 달나라 가는 날 성큼」, 조승한, 동아일보,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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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이조스, 우주 관광 비행 날짜 확정」. 조나단 아모스, BBC News, 2021.05.07
「중국·러시아까지 사정권 둔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가능」. 유용원, 조선일보, 2021.05.22.
「2027년 여름 휴가지 우주호텔… 창밖에 지구가 보인다」. 박건영, 조선일보, 2021.05.31
「미사일지침 종료, 우주기술 도약 적기···"컨트롤타워 필요"」. 이유진, Hello DD,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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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우주발사장 건설” 한국도 민간우주시대 잰걸음」. 최준호, 중앙일보, 2021.06.10.
「아마존 베이조스와 첫 우주여행 티켓, 경매서 312억원에 낙찰」. BBC News, 2021.06.13
「브랜슨·베이조스, 두 억만장자가 직접 나선 첫 우주여행 경쟁」. 최준호, 중앙일보,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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