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중국의 김치공정

길 잃은 중국의 김치공정(2)

Que sais 2021. 7. 11. 09:51

<김치용어 탄생>

김치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고려시대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에서 김치무리 담그기를 염지(鹽漬)라고 했고, 1518년의 벽온방에는 무딤채국을 집안사람이 다 먹어라라는 말이 나온다.

 

산가요록

그런데 근래에 발견된 전순의(全循義)가 저술한 산가요록김치의 종류가 무려 38가지나 기록되어 있다. 산가요록은 세종 때인 1450년경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 책에는 배추김치, 금방 먹는 김치, 송이김치, 생강김치, 동아김치, 토란김치, 동침, 나박김치 등 이름을 일일이 나열했다.

그런데 학자들은 김치라는 말 자체는 상당히 후대에 생겼다고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600년대 말엽의 요리서인 주방문(酒方文)에서는 김치를 지히(沈菜)’라 했다. 지히가 조선 초기에 팀채가 되고 다시 딤채로 변한 후 구개음화하여 짐채가 되었으며 다시 구개음화의 역현상이 일어나 김채로 변하였다가 후에 오늘날의 김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1715년 홍만선의 산림경제에서는 지히와 저()를 합하여 침저(沈菹)라 했고 지금도 일부 전라도 지방에서는 김치를 지()라고 한다. 무와 배추를 양념하지 않고 통으로 소금에 절여 묵혀두고 먹는 김치를 짠지라고 하는데 황해도와 함남 지방에서는 김치 자체를 짠지라고 한다. 장아찌류는 염장 중에 채소의 수분이 빠지면 당분이나 비타민 등이 함께 빠지는 데 비해 나박김치류는 채소의 영양분이 김칫국물로 옮겨진 채 먹을 수 있다. 나박김치나 동치미는 채소 가공 저장법의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김치 과학>

김치의 과학성은 복잡한 발효과정으로 만들어지는 식품이라는 데서 증명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김치의 담금 원리는 양념류가 삼투압에 의해 수분이 교환되고 배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작용을 통해 채소의 풋내도 없어지며 미생물과 효소가 작용하여 김치가 숙성된다. 발효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생물의 작용이다. 저염으로 담근 김치의 경우 발효되면서 김치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곰팡이나 효모가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미생물의 발효는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김치 숙성에 가장 중요한 젖산균은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하는 호흡능력이 없는 혐기성 세균이다. 젖산균은 일반 세균에 비해 영양이 풍부한 환경에서만 번식할 수 있는데, 김치를 항아리에 담을 때 내부에 공기가 남지 않도록 하는 이유는 산소를 이용하는 미생물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치 효과

김치 발효에 작용하는 젖산균의 종류는 다양하다. 초기 발효에 관여하는 젖산균은 주로 류코스노토 메산트로이드(유산균)와 락토바실러스 사케이(항암 효과 및 유해 미생물 증식 억제 활성이 뛰어난 미생물). 수소이온농도가 낮아지면 젖산만 생산하는 락토바실러스 프란타룸(유산균)이 자라면서 김치가 시어져 맛이 떨어진다.

젖산균은 김치가 완전히 숙성되는 50일까지 계속 증가하다가 그 이후 약간씩 감소하고 일반 미생물은 초기 10일까지는 약간 증가하다가 50일까지 감소한 뒤 그 후 급격히 증가한다. 익은 김치는 대개 산성도가 pH 4.0~4.5 정도이고 클로스트리듐과 살모넬라균 등의 식중독균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실험에 의하면 식중독의 대표 원인균인 살모넬라균 배지에 잘 숙성된 김치즙을 넣었더니 불과 4시간 만에 살모넬라균이 소멸되었다. 장티푸스균, 이질균, 리스테리아균, 마이크로코커스균 같은 식중독 균의 생육도 억제되었다.

 

바다 소금

소금의 역할도 중요하다. 소금은 삼투압에 의해 절임과정을 유도하고 김치의 맛과 질감을 좌우하며 장기적인 보존에 크게 기여한다. 채소를 소금에 절이면 삼투작용에 의해 채소의 수분이 빠져 나오는 탈수가 일어난다. 채소에 들어 있던 미생물도 소금의 삼투작용으로 활동을 정지한다. 일반적으로 10%의 소금물이 되면 미생물이 죽거나 효소 작용이 둔해진다. 그러나 소금의 작용에 의해 생성된 산()뿐만 아니라 양념류도 미생물의 살균활동을 저지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식염 농도는 낮아도 염과 산의 상승효과에 의해 방부력이 강해진다. 산이 많은 경우 소금을 적게 사용해도 김치가 잘 숙성하는 경우가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김치는 한마디로 소금에 절인 배추와 무, 고추, 마늘 등 여러 가지 향신채를 소금으로 간을 해서 발효시킨 모듬야채발효식품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김치의 담금 원리는 양념류가 삼투압에 의해 수분이 교환되고 배출되는 것이다. 소금 절임은 우리 조상들만 생각해냈던 것은 아니지만 김치가 여느 나라의 저장 식품과 달리 자극적인 맛을 지니게 된 것은 채소를 절인 후에 갖가지 향신료와 양념, 젓갈을 혼합하고 고추 등으로 색깔과 맛을 가미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김치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자적인 발효식품이라는 뜻이다.

 

<미생물, 효소, 발효>

발효를 보다 좁은 의미로 설명하면 효소(enzyme)와 미생물(microorganism)의 작품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혼동한다. 장판식 교수는 미생물에 의해서 일어나는 각종 생명활동인 여러 가지 반응들과 효소에 의해서 일어나는 각종 반응들이 유사한 패턴을 보이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장판식 교수의 설명을 참조하여 설명한다.

미생물의 정의는 세균, 진균(효모, 곰팡이 따위), 조류, 바이러스, 원생동물을 통틀어 포함한다. 더불어 대부분의 미생물은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작은 생물이라고 표현된다. 이는 맨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현미경으로는 볼 수 있는 매우 작은 단위의 생명체로, 한마디로 작지만 생명현상을 독립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소단위를 일컫는다.

 

미생물과 효소

반면효소생물체의 세포 안에서 합성되어 생체 속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화학반응의 촉매 구실을 하는 고분자화합물을 뜻한다. 화학적으로는 단순 단백질 또는 복합 단백질에 속하며 특정한 물질의 화학반응에만 참여하는 특이성(specificity)을 갖는다. 예를 들어 탄수화물 분해 효소는 탄수화물 외의 다른 성분을 분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효소의 특징 중 하나는 어떤 반응의 활성화 에너지를 줄여 반응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 촉매로 작용하는 반응 형식에 따라 크게 산화 환원 효소(oxidoreductase), 전달 효소(transferase), 가수분해 효소(hydrolase), 분해 효소(lyase), 이성질화 효소(isomerase) 및 합성 효소(ligase) 등의 여섯 그룹으로 나눈다.

그러므로 효소는 둥근 구 모양의 단백질(globular protein)로 생명력이 없다. 미생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효소는 직경이 수 나노미터(nm) 크기의 유기 촉매 물질로 미생물보다도 작아 단순한 현미경으로도 관찰이 어렵다.

이를 김치의 발효과정에 적용하면 이해하기 쉬워진다.

김치란 채소를 소금에 절여 씻고 여기에 고춧가루, 마늘, 젓갈 따위를 버무려 발효 및 숙성한 젖산 발효 음식이다. 재료와 양념에 따라 여러 가지 김치가 있는데, 기본 원료는 배추, 양념 혼합물과 소금이며 그 밖에 과일류, 견과류, 젓갈류, 참깨, 당류, 다른 채소, (밀가루 풀 또는 찹쌀 풀) 따위를 사용하기도 한다.

 

lactic acid bacteria)

이러한 김치가 만들어 지는 과정 중에는 여러 종류의 발효미생물이 관여하는데,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 젖산발효를 유도하는 락토바실러스 프란타룸(Lactobacillus plantarum)의 경우 모양은 타원형에 가까운 간상(rod type), 크기는 0.51.0x3.0~8.0 μm, 단독 또는 연쇄상으로 존재한다. 이 미생물은 포도당, 엿당, 덱스트린, 라피노스 등의 당 종류를 먹이로 활용할 수 있는데 이는 각종 당 종류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들을 적절하게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젖산균 (LAB)의 박테리오신

따라서, 김치의 젖산발효를 통해 우리 몸에 유용한 유기산을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도 생산할 수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 김치에는 이외에도 단백질 분해하는 효소, 지방질을 분해하는 효소들이 발효과정 중에 만들어지거나 김치 원료로부터 유래할 수 있다고 알려진다.

한편 발효(fermentation)는 미생물이 유기화합물을 분해하거나 모양을 바꾸어 알코올류, 유기산류, 이산화탄소 따위를 생산하는 과정을 말한다. 좁은 뜻으로는 산소가 없거나 아주 적은 상태에서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외부 전자 수용체의 관여 없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을 이른다. 예를 들면 에탄올이나 젖산 발효에서 포도당 한 분자가 발효되면 ATP 에너지 물질이 두 분자 생성되는데, , , 김치, 식초, 향 화합물, 된장, 간장, 치즈, 발효 음료 따위를 만드는 데에 이용한다. , ‘발효란 생명체나 단백질 등과 같은 어떤 물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을 포괄한다.

그러므로 발효란 일련의 변화 과정, 즉 각종 대사작용의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미세한 생명체인 미생물이 자라면서 만들어 내거나 또는 원료물질에 이미 들어있었던 효소 즉 고분자 단백질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