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듬 야채 요리 김치>
김치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마늘을 양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마늘에는 탄수화물(스크로토스)과 아미노산의 일종인 알리닌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다. 알리닌을 다지거나 조직을 파괴하면 마늘 특유의 냄새가 나는 알리신이라는 물질로 바뀌는데 이것이 몸 안에서 힘을 만드는 비타민 B1과 결합하여 몸 밖으로 배설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강장 효과를 나타내며 신경안정 작용도 있어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마늘은 일찍부터 혈액 중의 피브리노겐 수준을 낮추고 혈액응고 시간을 길게 하며, 피가 엉겨 있는 혈전(血栓) 용해능력을 높인다는 사실이 알려져 동맥경화증이나 순환기 계통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파 역시 마늘과 같은 자극성을 갖고 있는데 파의 녹색 부분에는 비타민 A와 C가 많이 들어 있다.
오이에 들어 있는 엘라테린이라는 쓴맛은 소화를 돕고 칼륨 성분은 이뇨작용을 돕는다. 김치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새우젓이나 멸치젓은 야채류에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ㆍ아미노산ㆍ지방질의 좋은 공급원이며 김치 고유의 독특한 맛을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 또한 해산물로 넣는 굴은 칼슘, 철분, 글리코겐과 B1, B2, B12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물론 아미노산, 글루탐산, 글리신 등이 맛을 내도록 유도한다.
김치의 주원료라고 볼 수 있는 배추는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많다는 것 외에도 다양한 약리작용을 하는 여러 가지 성분을 갖고 있다. 배추에 존재하는 메틸메티오닌은 메티오닌의 생물학적 활성형으로 동맥경화증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메틸시스테인설폭사이드는 콜레스테롤 강하 효과가 있다고 발표되었다.
무에는 디아스타아제라는 소화효소가 들어 있어 밥에 김치를 곁들이면 소화를 도와준다. 이외에도 김치에 들어가는 매운 맛은 입맛을 돋우고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한다.
김치는 저열량 식품인데다 식이성 섬유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장에서 음식과 소화 효소가 잘 섞이도록 도와주며 특히 아세틸콜린은 장내 청소 작용을 하므로 변비 예방에도 좋다. 뿐만 아니라 김치에는 펙틴질을 비롯하여 고분자의 복합 다당류들이 친수성 콜로이드를 형성한다. 또한 채소에 들어 있는 포도당이 젖산균에 의해 포도당이 중합된 덱스트린을 형성하는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비해 장암 환자가 적은 이유로 꼽는다.
2003년 7월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은 김치에 포함된 3,000종의 미생물 가운데 가장 우수한 종들로 밝혀진 류코노스톡 시트리움과 페디오코커스 펜토사세우스에 대해 이들의 전체 염기서열과 중요한 유전자를 해독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서울대학교 강사욱 교수는 약 180만 염기쌍으로 구성돼 있는 페디오코커스 펜토사세우스의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1,400개의 유전자를 밝혀냈다. 특히 이 유전자들 중 항균물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도 찾아냈다. 이 항균물질은 위염과 위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과 식중독을 일으키는 리스테리아균 등 몸속 유해세균의 생장을 억제하는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지현 박사는 200만 쌍의 염기로 이루어진 류코노스톡 시트리움에서 김치 고유의 시원하고 상큼한 맛을 내는 성분인 젖산을 생산하는 효소 유전자를 찾아냈다. 서울대 정가진 교수는 “류코노스톡 시트리움을 넣었을 때 김치 고유의 시원하고 상큼한 맛이 가장 잘 나므로 이 박테리아가 바로 맛있는 김치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전주대학교 진효상 교수는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와 락토바실러스 사케이 등으로 맛과 향을 조절하는 맞춤 김치, 즉 김치를 규격화해 담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발표했다. 김치의 좋은 맛을 결정하는 미생물을 가려 뽑은 뒤 이를 대량으로 배양해 건조하고 분말 제품화하여 김치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김치는 담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것이 지적받았는데, 이들 미생물을 김치 담을 때 넣으면 김치 내부의 100여 종이 넘는 미생물의 지배균주 역할을 해 같은 맛을 내는 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모든 김치의 맛이 반드시 동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맛없는 김치는 추방할 수 있다는데 동의할 것이다. 이들 연구의 중요성은 김치의 대표적 미생물에 대한 유전체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천연 항생물질들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반적으로 항생제는 독성이 강해 향장료ㆍ식품ㆍ사료 등의 첨가물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으며,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슈퍼박테리아도 출현하여 학자들을 골머리 아프게 만든다. 그러므로 항생제를 가능한 한 천연의 물질로 만들어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는 것을 개발하는 것이 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학자들은 그 길이 발효식품에 있다고 추정한다. 발효과정을 보면 초기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공존하고 있지만 자연적으로 몇 종류의 특수한 미생물 종만이 우점종으로 생장하기 때문에 잘 알려진 발효식품인 김치, 장, 각종 젓갈, 치즈, 요구르트가 만들어진다. 학자들은 특수한 미생물 종만이 우점종으로 생장하는 것은 발효 미생물들이 다른 미생물들의 생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모든 발효 식품 속에는 천연의 항생물질이 다량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사욱 교수는 설명한다. 김치의 중요성을 외치는 학자들이 많은 이유다. 한마디로 김치는 채소 발효식품으로서의 영양성과 기호성은 물론 장수성까지 보장하는 뛰어난 건강식품이라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치는 충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침은 점액과 장액으로 구성되어 있다. 점액은 끈적거리는 침으로 치아 사이의 음식물을 씻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충치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하지만 김치를 먹으면 침샘을 자극해 물 같은 장액을 분비시켜 치아 사이의 음식물을 씻어낸다. 또한 김치는 다량의 섬유질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섬유질이 치아를 청소해 충치 예방에 도움을 준다.
불가리아가 장수국으로 유명한 것은 발효 식품인 요구르트를 많이 먹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구르트는 우유를 유산균에 의해 발효시키는데 영양소가 풍부할 뿐 아니라 정장작용과 항암 효과가 있으므로 장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김치는 이보다 더 훌륭한 발효식품이다. 그것은 김치의 발효과정 중 유기산이 생성될 때 항암 및 정장 작용을 나타내는 유산균의 보고임에도 알 수 있다. 김치 특유의 상큼한 맛을 내는 주된 요인은 ‘류코노스틱 시트리움’이란 유산균인데 갓 담근 김치에서는 1ml 당 10,000 개체 안팎이 존재하지만, 김치를 저온숙성으로 발효시킨 후 영하 1℃에서 보관하면 6,300만 개체로 6,000배 이상 증식한다. ‘류코노스톡’은 장내 산도를 낮춰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며 장운동 촉진과 면역력을 증진시켜 주며 항암작용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를 평정한 김치 냄새>
김치가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하지만 두 가지가 결정적인 지적감이다. 첫째는 냄새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고 둘째는 소금으로 간을 하므로 너무 짜다는 것이다. 짜다는 자체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더욱 큰 지적사항이다.
김치 냄새 때문에 아파트에서 쫓겨났다는 것이 새로운 사실이 아닌데 이는 그만큼 김치 냄새가 외국인들에게 생소하면서도 참기 힘든 냄새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오감을 지녔다. 그중 3가지, 즉 시각, 청각, 촉각이 물리적 감각이고 나머지 2가지인 후각과 미각은 화학적 감각이다.
여성이 후각에 민감하다는 말속에는 '지성은 좀 떨어진다'라는 뉘앙스가 풍겨있기도 하다. 두 감각은 접촉하지 않고서는 기능할 수 없다. 아무리 향기로운 장미라도 밀봉한 유리병 안에 들어있다면 그 모양과 색은 감상할 수 있을지언정 향기는 맡아보기 전까지 실마리조차 알 수 없다. 향기 분자가 공기를 타고 콧구멍 안으로 들어와 후각세포와 '접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4년 노벨생리의학상은 5감 중에 하나인 후각 즉 코에 대한 연구한 액설과 별 박사에게 수여되었다. 그런데 시각이나 청각의 메커니즘이 비교적 일찍이 규명된 데 반해 10,000 가지에 달하는 냄새를 감별해 내는 후각 메커니즘은 1990년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는데 이를 연구한 리처드 액셀(Richard Axel, 린다 B. 벅(Linda B. Buck) 박사가 2004년 5감 중에 하나인 후각 즉 코에 대한 연구로 노벨의학상을 받음으로써 큰 주목을 받았다.
후각을 가장 원시적인 감각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인간이 태어날 때 가장 발달해 있는 감각인 동시에 가장 하등한 동물들도 가지고 있는 감각이기 때문이다. ‘냄새를 맡는다’라는 행위는, 어떤 물질의 분자가 확산되었을 때 이를 인식하고 구별하는 반응이다.
사람이 냄새를 맡으려면 냄새를 구성하는 각각의 화학물질이 그 냄새만 맡을 수 있도록 특수하게 디자인된 후각 수용체와 1대1로 결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된장 냄새를 맡으려면 된장 냄새를 구성하는 수많은 화학물질이 그 물질만 맡을 수 있는 특별한 수용체들에 달라붙어야 하는데, 새 분자와 후각 수용체가 결합된 뒤엔 전기신호로 변환돼 후구(嗅球․후각신경의 중간집합소)의 사구체란 조직에 모이게 되며, 이것이 뇌로 전달되면, 뇌에서는 각각의 신호를 조합해 된장이란 냄새를 인지하게 된다. 처음엔 이토록 복잡한 경로를 통해 냄새가 인지되지만, 뇌는 한번 인지된 냄새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 비슷한 냄새가 날 때는 즉시 기억하게 된다는 게 엑설과 벅이 밝혀낸 후각 메커니즘이다. 뿐만 아니라 엑설과 벅 박사는 어떤 화학성분이 어떤 수용체와 결합돼 활성화되는지 등을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증명해 낸 것이다.
인간의 경우 코 점막에는 약 1,000종류의 유전자에 의해 형성된 후각수용체들이 500만개 정도 있다. 그런데 개의 후각세포는 약 2억 2,000만개나 된다. 개가 특별히 냄새를 잘 맡는 것은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후각세포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액설 박사와 벅 박사는 인간에게 1,000가지 종류의 후각수용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1종류의 후각수용체가 각각 2-3가지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생명체에게 있어서 냄새를 인지한다는 것은 결국 각종 화학물질들은 인식하고 구별할 줄 안다는 것이다. 이것은 생존, 특히 섭취 가능한 먹이를 인식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공기 중에 떠다니던 화학물질들이 인간의 들숨을 타고 코 안으로 들어오면 후각 수용체에 달라붙게 된다. 이때 화학물질과 수용체 사이는 마치 열쇠와 자물쇠 구조와 같아서 어떤 화학물질이 어떤 수용체에 달라붙을지는 그 화학물질과 수용체의 구조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 모양의 화학물질은 ‘☆’모양의 구멍이 뚫린 수용체에만 달라붙을 수 있다고 설명된다.
이렇게 하나의 화학물질이 특정한 수용체에 달라붙게 되면, 후각수용체는 활성화되어 후구(olfactory bulb)에 신호를 전달한다. 후구는 대뇌의 앞쪽 아랫부분에 위치하는 납작한 타원체 모양의 기관이다. 인간의 경우 길이 약 11mm 정도로 전체 뇌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적지만, 쥐 등의 하등동물의 경우 이 후구 부분이 상당히 발달해 있다. 후각 수용체에서 온 신호는 후구의 사구체(glomerulus)부분으로 모여 대뇌로 전달되면 신호를 통해 냄새를 인식하고 어떤 냄새인지 구별한다.
그런데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후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인간이 두 발로 서서 걷게 되면서, 코가 땅 위에서 떨어진 만큼 인간의 후각도 쇠퇴했기 때문이라는 설명했다. 인간은 시각이 매우 발달하면서 많은 정보를 시각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후각의 기능이 퇴화된 것으로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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