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비밀(1)
<장수인의 적 노화>
한국이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되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인처럼 장수인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장수인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인들이 불사의 몸이라는 것은 아니다.
출생증명서가 있는 최고 장수인으로는 1997년 사망한 프랑스 여성 잔 칼망이다. 그녀는 1875년 2월 21일 프랑스 남부의 아를르에서 태어나 사망할 때의 대통령인 자크 시라크에 이르기까지 모두 21명의 대통령, 3개의 공화국 치하에서 살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그녀는 43세였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는 70세였다.
학자들을 당혹케 하는 것은 122년이라는 나이가 미래의 인류가 누릴 수 있는 수명을 예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루지아의 안티사 히비차바가 2010년 130살이 되었다는 기록도 있을 만큼 칼망보다 더 오래 살았다는 기록도 있지만 학자들은 이들의 생애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실제로 믿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물론 근래의 연구에 의하면 초장수인은 서서히 증가해 21세기가 지나기 전에 잔 칼망의 기록을 넘어 125세 또는 130세까지 장수하는 사람이 등장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애드리안 래프터리(Adrian Raftery) 박사는 2100년까지 캐나다, 미국, 일본 등 13개국의 초장수인들을 추적한 후 현재 보고된 최대 장수 기록인 잔 칼망의 122세 164일이 깨질 가능성이 100%라고 주장했다.
또한 124세까지 장수할 사람의 등장 확률은 99%이며, 127세가 나올 확률은 68%였다. 그러나 130세까지 장수할 사람의 등장 확률은 13%로 낮아졌으며, 금세기 내에 누군가가 135세까지 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제는 한국에서도 초장수인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런 것이 왜 그렇게 특별하느냐 즉 무슨 이유로 지구상에 태어난 인간들의 초장수가 불가능하냐이다.
물론 자연계에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사는 종이 적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 화이트산맥의 브리슬콘 소나무는 현재 4,800살이나 된다. 2006년 아이슬란드 연안에서 잡힌 대합조개는 나이테를 세어본 결과 405〜410살로 밝혀졌고, 스웨덴 남부의 뱀장어는 1859년 이래 152년째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갈라파고스 거북은 190년을 산 기록이 있고, 포획됐던 북극 고래는 아미노산 분석 결과 211세로 밝혀졌다. 이 고래는 1890년대에 제작된 작살 촉이 박혀 있는 채로 살아가다 죽임을 당했다.
반면에 개의 평균 수명은 12~15년, 고양이는 15~20년이다. 사람의 평균 수명은 70〜80살은 동물 중에서 매우 장수하는 편으로 개는 29년, 고양이는 38년이 최장수 기록이다.
이와 같이 장수할 수 있는 생명체가 많지만 이들도 언젠가 죽어야 하며 이러한 죽음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경험할 수 없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인간에 국한한다면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의 근원은 죽음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데서 비롯한다.
인간은 왜 꼭 죽는가? 영원히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불행하게도 정답은 NO.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과학과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인 인간의 죽음과 노화를 여전히 어느 누구도 막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일단 태어난 생명체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적으로 늙어 가기 때문으로 학자들은 이를 노화라고 부른다. 사실 의학은 노화 증상(머리가 세는 것, 이가 빠지는 것, 뼈와 근육이 약해지는 것, 주름살이 생기는 것, 폐경이 오는 것)을 방지하는데 이렇다 할 기여를 하지 못했다. 더구나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노화의 공통적인 특징은 변화가 진행성이며 비가역성(돌이킬 수 없다)이라는 점이다. 즉 노화는 시간처럼 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는 점이다.
더불어 우리 신체의 다양한 조직과 기관이 아날로그 시계의 부속품처럼 움직인다. 시계가 시각을 정확하게 알려주기 위해 어떤 부속품은 빠르게 혹은 느리게 움직이면서 최종적으로 정확한 시각을 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체도 서로 다른 생물학적 나이를 나타낸다. 한마디로 학자들이 분석하는 노화율도 다양한 세포, 조직 또는 기관마다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사람에 따라 젊게 보이거나 늙게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서로 다른 노화과정이 서로 다른 비율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다소 넌센스 코미디이지만 죽음을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죽지 않는 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이것은 오래 살려는 인간의 욕망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역사 이래로 인간은 수많은 장수 양생법을 만들어냈다. 고대 인도인은 호랑이의 고환을 먹었고, 히브리인과 시리아인 들은 젊은이의 피를 마시거나 그 피로 목욕을 했다고 전해진다. 기원전 4세기의 고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109세까지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15세기 교황 이노센티우스 8세는 죽기 직전에 세 소년의 피를 수혈했다는 기록도 있지만 그 역시 죽었음은 자명한 일이다.
<노화란 무엇인가>
나이가 들수록 피부 탄력이 떨어지면서 피부가 처지고, 눈가에 주름이 늘어난다. 더구나 나이가 들수록 몸 속 장기의 고유 기능이 점점 떨어지고, 심지어 자신이 종합병원의 모든 전문분야의 의사들에게 생활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노화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나타나고,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고, 천천히 발생되는 것이 노화다. 이는 특정인에게, 외부 요인 때문에, 갑자기 나타나는 질병과 다르다.’
노화가 사람이 나이 들면서 늙는 것은 의심할 필요도 없는 자연의 법칙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뉴튼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것처럼, 과학은 항상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것을 의심하는 데서부터 비롯된다. 그런 마음으로 과학자들이 인간 노화에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에 도전하지 않을 수 없다.
제일 먼저 제기되는 질문은 간단하다. 도대체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즉 나이를 먹으면 노화 즉 왜 늙을까이다.
가장 간단한 질문은 나무는 왜 수천 년씩 사는데, 인간 수명은 기껏해야 100세 전후이냐이다. 인간의 수명이 나무처럼 증가될 수는 없는가? 나무도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려면 어떤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지가 근본 질문이지 않을 수 없다.
간단하게 말해 나무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동물과 식물은 생존 체계가 다르며 이에 따른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식물과 동물을 한 맥락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이곳에서는 동물의 경우에 한하여 설명한다.
먼저 노화 즉 ‘늙는다’라는 말의 정의는 분명하다. 청년과 노인의 사진만 보면 노화의 의미가 극명하게 드러나지만, 학문적으로는 세포분열의 능력이 없어지고 장기나 조직의 고유 기능이 점점 감소하여 결과적으로 죽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현상을 학자들은 간단하게 설명한다.
젊을 때는 어떤 조직이나 세포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그 세포의 분열이 증가해 손상을 치유할 수 있다. 그런데 더 이상 세포 분열할 여력이 없어지면 그 부위의 기능이 감퇴되어, 결국 죽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자들이 착안하는 것은 이런 현상은 노화가 아닌 ‘질병’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질병과 노화는 어떻게 다른가가 관건이 아닐 수 없다.
학자들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특정 현상을 노화로 규정하는데 매우 깐깐한 조건을 든다.
① 어떤 현상이 모든 개체에 예외 없이 일반적으로 발생해야한다. 특정인에게만 생기는 현상은 노화현상이 아니고 질병으로 정의한다.
② 인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어야 한다. 균에 감염되거나 교통사고, 독극물 오염 등과 같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것은 노화현상이 아니다.
③ 노화는 점진적으로 발생하고 진행하는 현상으로 어느 순간 갑자기 일어나는 현상은 노화현상이 아니다.
④ 궁극적으로 육체적ㆍ인지적 기능이 떨어지는 현상이 동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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