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코드』와 성배(1)
현재 세계에는 예수가 최후 만찬에 사용했다고 알려지는 성배가 200여 개가 되는데 그중 발렌시아 성당의 성배는 교황청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에 못지 않은 비중을 갖고 있는 것이 프랑스 랑구독루씰론의 몽세귀르 성에 있다고 알려진 성배다.
이 성배는 기독교 역사상 가장 추악한 전투로 알려지는 십자군과 프랑스 카타르파의 핵심 요인이 되는 것은 물론 독일 나치 제3제국의 히틀러와 히믈러가 탐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더구나 현재도 지구상 어디인가 비밀의 장소에 있다고 알려지며 영화 「인디아나존스」, 댄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 영화 「다빈치 코드」의 핵심 배경이 된다.
2003년 출간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는 무려 8,000만부가 팔린 역대 11번째 베스트셀러다.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총 지구인이 약 80억 명인데 1/100이 읽었다는 뜻으로 그 파괴력을 알 수 있다.
『다빈치 코드』의 성공은 간단하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 때문이다. 현 교황청 등 상당 부분의 기독교에서 삼위일체 즉 성부ㆍ성자ㆍ성령을 하나로 인식하는데 『다빈치 코드』는 이원론을 주제로 한다.
책의 줄거리는 상징학자 로버트 랭던이 시온수도회라는 비밀 형제회에 의해 보호된 성배, 예수의 혈통과 관련된 살인사건을 풀어가는데 여기에 과거 교황청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카타르파가 등장한다. 카타르파는 중세시대 프랑스 랑구독루씰론 지역에서 번성하던 종교개혁 운동 중 하나로 교황청의 십자군과 대결하여 궤멸되는데 그들의 기반은 성배다.
책을 출간되자마자 카톨릭의 구조를 흔들었고,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이론은 극도의 공격과 전방위적인 보이콧을 당했다. 특히 『다빈치 코드』가 한국에서 출간되어 상당한 반향을 얻고 소설을 소재로 한 영화 「다빈치 코드」가 한국에서 개봉되자 <한국 기독교 총연합회> 등은 영화 「다빈치 코드」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기각 당했다.
그러자 기독교 단체들이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하여 각 영화관마다 ‘「다빈치 코드」안보기’ 운동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켜나가려하자 영화 관람객, 문화예술인, 표현의 자유와 신앙 교리문제 등으로 큰 논란이 되었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교회가 댄 브라운이 설명한 책속의 내용을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비판했지만 상당 부분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철저하게 고증하여 논거를 제시했다는것도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역사상 최고의 천재 중 한 명이라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등장시킨 배경은 상당한 역사적 사실에 의한다.
이곳에서는 『다빈치 코드』가 갖고 있는 종교적인 문제가 아니라 『다빈치 코드』가 갖고 있는 역사적이고 과학적인 면을 기본으로 설명한다. 한마디로 댄 브라운이 자신의 책이 갖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 각계에서 반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대해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했는데 이는 현 주류인 기독교계에서 부정하는 내용을 기본으로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주장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어느 곳에 보관되어 있을지 모르는 성배를 기본으로 풀어나가는데 결론의 성배의 정의가 다르다는 주장이다. 어떤 내용이 그렇게도 기독교계에서 반발하는 논쟁의 대상이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우선 2006년 톰행크스 주연의 「다빈치 코드」를 설명한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대화랑에서 큐레이터 자크 소니에르는 두건을 쓴 사일러스에게 수도회의 쐐기돌이 성 쉴피르 성당의 성구실, ‘장미의 아래(Sub Rosa)’에 있다고 이야기한 후 살해된다.
한편, 파리에서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이 종교, 여성의 상징성에 대해 강의를 하는데 프랑스 경찰 브쥐 파슈 국장(장 르노)은 소니에르가 몸과 피, 검은색 잉크로 복잡한 상징들을 남겨두고 죽었는데 랭던에게 이 수수께끼의 암호를 해석해달라는 것이다.
사일러스는 ‘스승님’이라 불리는 남자에게 머릿돌의 수호자 네 명을 죽였는데 그들 모두 쐐기가 같은 장소에 있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프랑스 경찰 소속 암호학자 소피 느뵈(오드리 토투)는 랭던에게 파슈 국장이 그가 모르는 사이에 GPS 장치를 자켓에 넣어 미행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소피는 자기가 살해된 소니에르의 손녀인데 그가 죽으며 랭던을 찾으라는 말을 남겼으므로 랭던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소피는 소니에르가 자신에게 숨겨진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것이라며 랭던과 함께 주어진 암호를 풀어가고자 한다.
추적 장치로 경찰들을 다른 곳으로 유인한 뒤, 둘은 루브르를 탐색하며 소니에르가 몰래 남긴 아나그램 메시지를 찾아낸다. 이 문구들은 모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과 연관되어 있는데 마지막의 암굴의 성모에서 붓꽃 모양의 열쇠를 발견한다.
랭던은 열쇠에 새겨진 문자가 취리히의 은행 창고를 가리키는 주소이며, 열쇠의 용도가 안전하게 보관된 상자를 찾을 때 사용되는 것임을 알고 취리히의 은행 금고에 들어가 피보나치수열로 비밀번호를 풀어 크립텍스가 들어있는 상자를 찾는다. 크립텍스는 다섯 개의 알파벳 다이얼이 적힌 원통형 상자로, 알파벳 다섯 개를 정확한 순서로 맞춰야만 안에 든 메시지가 적힌 파피루스를 꺼낼 수 있다. 억지로 열려고 하면 안에 들어있던 식초병이 깨져서 파피루스를 녹이고 메시지도 사라지게 된다.
랭던이 친구 티빙 박사(이언 매켈런)를 찾아가자 그는 다소 놀라운 이야기를 한다. 성경에서 말하는 성배란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 사용한 포도주잔이 아니라 마리아 막달레나라는 것이다. 마리아는 그 당시 임신 중이었는데 제자들이 쫓아내자 예수의 후손을 보호하기 위해 비밀 집단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갑자기 사일러스가 침입하여 크립텍스를 훔치려하다가 난사 사건이 일어나 사일러스가 죽는다. 사일러스가 스승이라 부르던 사람이 바로 티빙이었다.
티빙은 마리아 막달레나의 후손을 찾아 성배에 대한 진실을 입증하고자 한다며 소피를 인질로 삼아 랭던에게 암호를 풀라고 한다. 랭던은 암호를 풀 수 없다며 크립텍스를 공중에 던진다. 티빙이 크립텍스를 잡다가 놓치자 크립텍스 안에 있던 식초병이 깨지면서 문서가 녹는다.
그런데 랭던은 크립텍스를 티빙에게 던지기 전에 안에 있던 단서가 적힌 문서를 빼내었고 이를 토대로 막달레나의 석관이 숨겨져 있다는 스코틀랜드의 로슬린 성당으로 간다. 그곳에서 그들은 비밀 조직의 다른 일원들과 만나게 되고, 소피가 사실 막달레나의 후손으로 지금까지 살아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후손임이 밝혀진다. 비밀 조직들은 자신들이 그녀를 지켜줄 것이라며 맹세하자 랭던과 소피는 작별 인사를 하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랭던은 자신의 호텔에서 면도를 하던 중 피가 나는데 흐르는 피를 보고 로즈 라인을 떠올리며 로즈 라인을 따라가 마침내 성배가 위치한 장소를 발견한다.’
한마디로 종교와 역사, 예술을 상상의 근원으로 하는 복잡한 추리물이「다빈치 코드」인데 여기에서 성배 즉 막달라 마리아의 무덤은 루브르의 피라미드 아래 묻혀 있다는 암시를 준다. 「다빈치 코드」의 상당 부분이 루브르박물관을 배경으로 나오는 이유를 말해준다.
댄 브라운은 성배가 원래는 스코틀랜드의 로슬린 성당에 있었으나 성배수호자들이 근래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마당에 설치한 작은 피라밋 아래의 비밀의 방에 감추어 두었다고 주장했다.
루브르박물관 측은 댄 브라운의 소설로 인하여 성배에 관심을 갖고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반길만하지만 일부 광신적인 사람, 또는 무모한 절도범들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헛된 생각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박물관에서 세밀하게 조사하였으나 비밀스런 방은 없었다고 알려진다.
<카타르(Cathars)의 성배>
『다빈치 코드』의 논지는 기독교계에 선과 악이 존재하는데 기본적으로 현 바티칸이 ‘선’이고 이에 반대하는 것을 ‘악’으로 규정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다빈치 코드』는 누가 선인지 악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성배이다. 한마디로 『다빈치 코드』는 성배에 대한 기본 인식을 혼동으로 몰아가는데 여기에는 큰 역사적인 사실이 있다.
세계사를 보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 때문에 역사가 바뀌는 일이 한 두 번 아닌데 성배 이야기도 바로 이와 부합한다. 한마디로 중세시대를 가름하는 성배를 카타리파(Cathars)가 확보했는데 이를 지키려는 카타리파와 이를 빼앗으려는 십자군의 욕망이 맞붙었다는 것이다.
카타르는 지역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렸는데 프랑스에서는 알비젠시안(Albigensians), 이탈리아에서는 파타리니(Patarini)로 불렀다.
『다빈치 코드』의 성배이야기는 근본적으로 카타리파가 확보한 성배가 어떤 연유로든 랑구독루씰론 지역에 있다는데 근거한다. 이는 카타리파가 중세시대의 핵심요소로 등장할 수 있었던 핵심이라 볼 수 있으므로 카타리파와 십자군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다.
십자군은 역사상 모두 여덟 차례나 조직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성지탈환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한 것은 제1차 원정뿐이었다. 그 중에서 교황 이노센트 3세의 주도하에 카타리파와 십자군과의 전쟁은 같은 기독교인들 간의 전쟁으로 학자들은 이 전쟁이야말로 기독교인이란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가장 추악한 경우라고 설명한다.
이노센트 3세는 이탈리아 명문 쿤티 가(家) 출신으로 38세가 채 안된 나이에 교황이 되었는데 그는 교회가 세계를 지도한다는 신성한 직분을 수행하기 위해서 보다 강력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황은 태양이며, 황제는 달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교권의 우위를 주장했으며 교권을 바탕으로 한 정치적 통일을 추진했다.
그가 말하는 성속양권(成俗兩權)은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은 교황이 갖는데 속권 즉 왕권은 ‘교회의 방위’라는 차원에 한정하여 왕에게 위임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제후는 보통 간접적인 형식으로 교권 밑에 복속하는데 종교상의 문제가 생기면 ‘신의 대리인’인 교황이 직접적으로 관리 통제하며 왕은 이에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당시의 교황권이 워낙 강력했기 때문에 이노센트 3세의 이런 주장은 왕들에게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도전이 일어났다. 바로 절대적으로 충성해야 할 교회 내부에서 이단이라는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중세의 이단 운동은 복음적인 청빈. 원시 그리스도교에의 복귀, 속세로부터의 이탈, 최후의 심판의 도래 등을 바라는 소박한 민중적 종교 운동이었다. 교황권이 점점 비대해지면서 부패해지는 것은 물론 소박한 민중의 종교 감정이 점차 박탈되자 그리스도가 설파한 청빈을 교회가 상실했고 세속적인 이해에 더렵혀졌다고 맹렬히 비난하면서 기독교 본래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칼라브리아 출신의 성직자 요하킴 다 피오레가 제창한 교리가 널리 유포되기 시작했다. 그는 구약 및 신약성서의 시대, 성령의 시대에 뒤이어 반(反)그리스도의 시대(종말)가 도래하므로 최후의 심판의 때를 대비하여 회개하라고 사람들에게 설교했다. 더구나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도 청빈과 복종을 내걸고 물욕에 현혹된 사회나 교회를 비판했는데 그의 교설은 에스파니아 출신의 도미니코(도미니쿠스)와 함께 민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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