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예수)수의의 비밀(3)
<반전에 반전>
월터 맥크론은 월터 스탠포드(Waltern Stanford)에게 산화철을 묽게 처리한 물감으로 동일한 종류의 천 위에 스탠포드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는데 이것은 자신이 토리노의 수의에서 발견한 성분에 기초한 것이다. 흑백으로 대비되어 표현되는 기법은 옷감에 흡수되는 물감의 농도와 관계가 있다. 맥크론의 복제 그림은 토리노의 수의를 육안으로 볼 때와 아주 똑 같은 모양이다. 또한 고배율 현미경으로 두 형상을 촬영하여 비교했을 때도 거의 동일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곧바로 반격이 들어왔다. 맥크론 박사가 제시하는 그림 기법은 중세 화가들이 알 수 없는 기법이라는 것이다.
그때까지 진위성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종교계 및 신도들로서는 충격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미국 과학자들에게 토리노 성당의 수의를 연구하도록 의뢰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1977년 미국의 물리학자인 죤 잭슨과 에릭 점퍼는 NASA에서 사용되고 있는 3차원 이미지 출력이 가능한 화상분석기 VP8이라는 초고성능 전자기 장치를 사용하여 수의를 조사하였다. VP8은 사상 최초로 무기폭발 모델을 분석하고 방출된 고온가스 측정에 사용하는 장비다.
VP8을 사용하여 수의의 사진을 처리한 두 사람은 프랑스인 비뇽이 지적한 대로 수의에 박힌 인영의 밀도는 천과 시신 사이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예를 들어 코나 이마 부분 등은 선명하였고 반면에 천과 밀착되어 있지 않았던 부분, 즉 안구나 움푹 팬 뺨 등은 매우 엷게 인영되어 있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수의의 반점으로 3차원, 즉 입체적인 영상으로 이 수의의 주인공 모습을 재생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VP8은 일반 사진으로는 3차원으로의 재생이 불가능하다. 각 물체의 서로 다른 지점에서 발산되는 빛의 밝기를 분류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즉 VP8로 일반 사진을 처리하면 3차원이 아닌 2차원의 평면 형상만이 나오게 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발견은 이 수의가 그림이나 대상에 의한 조작에 의해서 일어난 것이 아님을 다시금 확인해 주는 것이다.
이들은 이 VP8 3차원 기계에 의해 수의 주인공 신상에 대한 더 많은 것을 발견하였다. 예를 들면 수의 주인공의 수염은 턱을 지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턱받이에 의해 나뉘어져 있었는데 그것은 예수 당시의 유태인들이 사용하고 있었던 방식이라는 것이다. 또한 복부는 매우 부풀어 있었는데 이는 십자가형에 처해진 보통 사람과는 반대되는 현상으로, 심한 고문을 받을 경우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하였다.
특히 단추 모양의 조그만 물건이 시신의 눈에서 발견되었는데 잭슨과 점퍼는 그것은 동전으로서 사자의 눈을 감겨주기 위하여 1세기경 유태인들이 사용하던 방식의 일종이라고 하였다. 한 과학자는 이 동전을 세밀히 분석한 결과 서기 14년에서 37년까지 예루살렘을 통치하였던 본디오 빌라도에 의해 발행된 동전인 렙돈이었음을 밝혀냈다. 저승길의 노잣돈으로 얹혀두었다는 의미이다.
수의에 남아있는 물 얼룩에 대한 조사도 수의의 신빙성을 높여 주었다. 학자들은 수의에 생긴 물얼룩은 예수가 살던 당시 이스라엘 지역에서 사용되던 사해문서가 발견된 항아리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발표했다. 수의를 당시에 접던 방식으로 접은 후 물이 약간 있는 항아리에 사해문서를 보관하는 방식으로 넣었을 경우 수의와 같은 물얼룩이 생긴다는 것이다.
1170년에 그려진 헝가리의 기도본 그림도 수의가 진짜라는 개연성을 높여주었다. 이 그림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후 수의를 덮는 장면이 그려져 있는데 이 그림의 수의에 L자 모양의 구멍이 4개가 그려져 있었다. 놀라운 것은 토리노에서 발견된 수의에도 동일 부분에 4개의 구멍이 발견된다. 그런데 헝가리 기도본은 1170년도에 그려진 것이므로 유럽에서 1357년에 수의가 발견될 때보다 무려 200여년이 앞선 것이다. 이는 기도본을 그린 사람이 토리노의 수의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비교적 많은 분야에서 수의가 진짜라는 의견이 제시되었지만 토리노의 수의가 가짜라는 주장도 계속 제시되었다. 음화에 의한 사람의 모습을 엄밀하게 분석한다면 수의의 인물은 머리와 수염이 하얀 노인이 틀림없거나 백색증 환자라는 것이다. 그동안 알려진 예수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설명으로 이는 수의의 신빙성을 많이 퇴색시켰음은 물론이다.
<꽃가루 분석>
수의가 진짜냐 아니냐로 설전을 벌이는 와중에서 미국 수의 연구 조사팀은 1981년 자신들이 분석한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수의의 천에 대한 몇 가지 간단한 실험은 매우 중요한 사실을 밝혀 주었다.
우선 이 천이 예수 시대에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사용되었던 직조 기술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천에 사용된 섬유는 아마였으며 현미경 검사에 의해 목화도 발견되었다. 이것은 이 천이 목화를 사용하였던 직조기에 의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는 고대 이집트부터 재배되어 직조되었고 목화는 4,000년 전부터 인더스의 계곡에서 번성하였다. 그러나 V자가 거꾸로 박힌 형상의 직조 방법은 시리아와 관계되는 예수시대에 한정되어 있다.
1973년 스위스의 범죄학자 맥스 프라이는 접착성이 강한 투명한 테이프로 수의에 묻어 있는 먼지를 채취하여 현미경 분석기를 통하여 성분을 조사했다. 그는 수의에서 58종류의 꽃가루를 발견했는데 그중 17종만 유럽산 꽃가루고 나머지는 팔레스타인이나 터키 남부산이라는 것이다. 에뎃사와 콘스탄티노플은 터키 남부에 있으므로 수의가 언젠가 그곳에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따라서 그는 그 수의가 한때 성지인 팔레스타인 지역인 이스라엘을 출발하여 터키, 프랑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들어간 것이 틀림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그동안의 조사 중에서 가장 뛰어난 발견으로 토리노 수의가 조작이라면 왜 사해 근처에서 자생하는 꽃가루가 묻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고대 유물 분석에서 꽃가루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수 천 년이 지나도 그 모양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꽃가루를 통해 식물의 종류, 지역,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수의에서 발견된 꽃가루 중 28종이 모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만 자라는 꽃인데 그 중에서도 27종은 이스라엘 지방, 특히 유월절에 피는 꽃들의 꽃가루라는 설명이다.
맥스 프라이 박사는 수의가 14세기에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오직 프랑스와 이태리의 꽃가루만 수의에서 발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맥스 프라이 박사는 수의에서 꽃가루 외에도 많은 꽃들의 이미지가 발견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대의 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죽음을 애도하며 무덤에다가 예루살렘에서 자라는 모든 종류의 꽃을 뿌렸다는 추정했다. 더구나 수의의 발자국이 있는 곳에서 먼지가 발견되었는데 그 먼지는 오직 예루살렘의 다마스쿠스 문에만 발견되는 먼지라고 설명했다.
이미 알려진 내용에 대한 확인도 있었다.
우선 얼룩이 섬유에 40미크론 정도 깊이로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다. 과학사진사인 번 밀러와 광학기술자 샘 펠리코리는 얼룩이 화재로 생긴 그을음인가를 자외선으로 판독한 결과 얼룩이 그을음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미국 연구 조사팀은 중점 조사 내용을 다음 세 가지로 설정했다. 첫 번째로 피의 흔적, 두 번째는 수의 인영의 본질, 마지막으로 어떻게 인영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이다.
우선 피의 흔적에 대한 문제로 조사팀인 헬러와 마들레는 반점의 탁본과 진짜 인간 피의 탁본을 떠서 여러 가지 광원 아래서 사진을 찍어 반사되는 파장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이 반점에서 헤모글로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자외선 광원에 붉은 형광을 나타내는 포르피린의 유무를 조사하는 실험 역시 긍정적이었다. 더구나 그 피가 AB이라는 것은 수의의 반점이 피의 흔적임을 증명하는 것으로 1973년 이탈리아 과학자들의 주장은 정밀 조사를 하지 못했던 탓이라는 것이다. 또한 의약물리학자인 존 헬러 박사는 수의의 혈흔에서 황달에 걸렸거나 심하게 맞아서 죽을 경우 나타나는 담즙 속의 색소인 빌리루빈을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이제 두 번째 연구 목표인 수의에 있는 인영의 본질이 무엇이냐이다.
과학자들은 고성능 현미경을 사용하여 천의 올에서 보이는 경미한 퇴색을 조사하였는데 인영은 올 전체 두께를 뚫지 못하고 외부 표면의 2~3가닥만을 건드렸을 뿐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엷은 부분과 짙은 색으로 구분되어 보이는 것은 색 자체의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밀도의 차이로 색이 다르게 보인다는 점이었다. 이 밀도의 차이는 수의로 덮여졌던 시신과의 접촉 거리를 뜻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연구는 어떻게 인영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과연 수의의 인영이 시신을 덮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냐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어려운 연구이기도 하지만 또한 가장 세인의 흥미를 끄는 내용이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현미경, 엑스선 투과, 분광 측정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였다.
헬러와 아들레는 섬유의 착색 부분은 탈수 현상에 의한 것이며 착색되지 않은 나머지 부분은 탈수 현상이 없었음을 밝혀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이 반점만이 탈수 현상을 일으킨 것일까? 연구 조사팀은 여러 가지 다른 가능성을 분석하였다. 그들은 산성 물질의 사용으로 반점이 생길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이론적으로 말하면 황산은 셀룰로이스를 황색으로 만든다. 그렇지만 실제로 아마직류에 어떻게 인영을 부각시킬 수 있었을까 하는 문제점이 대두된다. 펜 혹은 붓을 산에 담근 다음 칠하면 어떻게 되는가? 과학자들은 이러한 가정을 토대로 많은 실험을 하였으나 어떠한 산으로도 탈수 현상은 발생하지 않고 천을 태우기만 할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즉 산으로 인영을 그린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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